광역 버스를 탔다
흑백의 마스크 쓴 사람들이 살쾡이 마냥 눈만 희번덕인다
순간, 좀비 영화의 한 장면이 떠오른다
서로에게 병을 퍼뜨리는 누구도 믿지 못하는 세상이 올 것 같다
먼지 풀풀 날리며 달리던 시골버스에 옆구리 터져라 승객을 밀어 넣으며 오라이! 오라이! 를 외치던 껌 딱딱 씹던 안내양이 생각난다
옷깃에 땀으로 얼룩진 그녀의 덜컹덜컹 이팔청춘
만원 버스에서 온몸 부대끼며 맡던 사람들 땀 냄새가 그립다
유월 창 밖으로 사춘기 소녀의 코끝 간질이던
은은한 아카시아 향기
솔가지 같은 할머니의 손에 쥔 희망의 보따리들
먼지를 뒤집어쓴 채 저녁 고개를 느릿느릿 넘던 시골이 무장 그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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