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상 록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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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두남
  • 승인 2020.06.23 1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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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두남(발행인)

바다를 향한 외침은 메아리로 되돌아 오지 않는다.

해무 자욱하게 덮어쓴 유월의 해송은 간밤에 내린 비로 더욱 푸르고 철석이는 파도소리는 그 때의 그 함성으로 들리는 듯 하다.

멀리서 희미하게 수평선을 뭉개고 있는 먹구름이 한 치의 양보도 없이 서로 자리 다툼을 하고 있는 형상이다.

6월이 되면 전쟁과 평화라는 단어가 평온한 수평선과 먹구름처럼 극명한 차이를 보이며 각인된다. 한민족의 비극인 남북전쟁은 누구에게도 잊히지 않는 상처지만 평화를 말하면서 평화를 깨뜨리는 지도자가 있고 항구적인 평화를 갈망하는 지도자가 있다.

한반도의 평화통일은 근시안적으로 접근해서는 안되는 문제다. 주변의 여러 국가와 역학관계도 잘 고려해야 하며 양국의 이해관계도 얽혀 있고 힘의 논리 또한 지배적이다. 그렇지만 베를린 장벽이 무너지듯 남,북으로 가른 3.8선의 경계도 언젠가 잘라질 것은 분명하다.

최근 북한은 유엔의 무역 제재와 코로나19로 생계가 어려워지고 주민들의 불만은 심각한 수준에 도달한 것을 짐작할 수 있다. 언제나 그랬듯이 북한은 그 원인을 외부로 돌려 전쟁이나 과격한 행동을 일삼고 있다.

발 밑에 촉촉한 조약돌 하나 주워 본다. 까만 눈동자를 빛내며 빤히 쳐다본다. 바다와 육지의 경계를 지키느라 감시의 눈초리가 쉴 틈이 없다. 가장 가까운 곳에 마주하고 있지만 가장 먼 거리에 있는 분단의 아픔이 단장의 미아리고개처럼 애절하다.

지난 평창 동계 올림픽 남북단일팀의 감동과 아리랑의 만남은 평화의 꽃을 피웠다. 그리고 남북 정상회담은 한반도에 깃든 평화와 번영, 통일의 숨결을 고스란히 담아냈다. 국민 모두 아니 세계인의 눈과 귀가 남북의 정상이 만나는 그 현장에 머물렀다.

그 현장에서 남북의 정상이 군사분계선에서 손을 맞잡았고, 북한의 최고 지도자가 처음으로 남한 땅에 첫 발을 딛는 역사적인 순간은 남북이 하나가 된 완성체의 뜨거운 결실이었다.

그 날의 약속은 한반도에서 더 이상 전쟁은 없을 것이며 새로운 평화의 시대가 열렸음을 전 세계인에게 엄숙하게 천명한 날이기도 했다.

그동안 바람과 별과 달님에게 전해야 했을 수많은 사연을 지닌 이산가족은 이제 헤어진 가족들을 만나 생사를 확인하고 보고싶을 때 언제든 달려갈 수 있을 것이라 행복했을 것이다.

그러나 그로부터 2년여의 시간이 흐르고 또 다시 서로에게 총부리를 겨누는 비극에 맞닥뜨렸다.

탈 북민 단체의 대북 전단 살포와 판문점 선언, 평양 공동선언 합의를 남측이 이행하지 않은 점을 거론하며 강력한 경고를 예고하며 남북관계를 파탄의 위기로 몰아 넣었다.

남북 공동 연락 사무소를 폭파하고 대남 군사 행동으로 위협하는가 하면 한반도를 극도의 긴장 상태로 위협하고 있다. 사상과 이념이 서로 다른 두 나라는 평화를 이야기하면서 서로의 눈은 다른 곳을 향하고 있었는지 모른다.

그렇지만 늘 그랬듯이 우리는 다시 힘을 내고 한미 공조로 북한의 위협에 빈틈 없는 대비 태세를 갖추어야 한다.

우리는 상록수처럼 변함없는 마음으로 지구상에 하나뿐인 분단 국가를 종식시키고자 노력해왔다. 남북의 대화가 북한의 근본적인 의지에 의한 것인지, 전략상 필요한 것인지, 그들의 의도를 의심하고 경계해야 하는 것은 충분히 합리적인 근거가 있다.

그러나 지금 처해진 현실을 지혜롭게 해결하기 위해서는 정치적 이념을 떠나서 남북간의 대화는 평화통일을 바라는 우리 앞에 주어진 명제이고 이를 깊이 공감하고 받아들이는 태도가 필요하다.

우리가 가는 길이 비록 아득하고 험하지만 8천만 한민족의 마음을 모아 항상 푸르고 강인한 상록수처럼 끝내 이루리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평화를 위한 외침은 메아리가 되어 반드시 돌아 올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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