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런 말이 없었지
신들도 영혼들도 달빛에 기대 잠든 밤
시공을 초월하는 주제를 찾느라
벌거벗은 여신을 훔쳐볼 수는 없지
실타래처럼 엉킨 상념이 붉게 타올라도
까닭 없는 허전함은 채워지지 않으니
이해가 어긋나 버린 라디오 속의 목소리
옥구슬 같은 짧은 수다만 밤하늘을 가른다
서릿발 상고대의 차가운 첫 미소
무한과 무 사이로 떨어지는 낙엽이
고뇌의 그늘 구석진 곳으로
짜부라지는 바람의 꽈리를 튼다
갈 길 저무는 자조 섞인 너털웃음이
밤거리를 무량하게 채워가지만
발 디디고 사는 푸른 행성의 긴 몸살은
계절이 몇 번 바뀌어도 아물지 않구나
가을아
넌 어디로 가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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