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롭게 시작하는 걸음
새롭게 시작하는 걸음
  • 이두남
  • 승인 2021.03.24 15: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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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두남 발행인
이두남 발행인

맨 처음 하늘이 열리던 날, 바람마저 흔들렸다.

연못 양지쪽에 투명한 알갱이를 덩이 덩이 쏟아 놓은 범인은 긴 겨울잠에서 깨어난 개구리임에 틀림없다. 각자 제 몸에 맞는 색감의 옷을 입은 백 목련, 진달래, 개나리는 개구리보다 먼저 딱딱한 각질을 털고 깨어났다. 사람들이 제각기 제 갈 길로 숨가쁘게 움직이듯 꽃들도 분주히 제 길을 가고 있는듯 하다.

그 길 한편에는 부동산 대책의 실망감에 기름을 부은 LH발 부동산 투기 의혹이 미세먼지로 혼탁한 하늘처럼 불투명하고 성추행 사건으로 인한 서울, 부산 보궐선거는 시민들의 마음을 더욱 무겁게 한다. 정권 말기에 찾아 드는 꽃 알레르기 같은 현상인 것 같아 씁쓸하다. 시장 유력 후보들은 반드시 내가 당선되어야만 그 도시가 살아나는 것처럼 나의 강점보다 남의 약점을 들추어 내며 네거티브 선거에 혈안이 되어 있다. 국민들의 수준은 날로 향상되어 이러한 선거전에 피로감을 느끼고 눈살을 찌푸리지만 그들의 시선은 아랑곳하지 않고 늘 그 자리에 머물러 있다.

개학의 달인 3월이 되면 비슷한 듯 다른 장면을 목도한다. 초, 중등학교 게시판에 붙어 있는 학생대표 선거 열풍으로 제각각 내세운 공약과 앳되고 멋진 얼굴들이 걸려 있다. 이들은 자신이 학교나 학생들을 위해서 무엇을 할 것인지 학교의 발전을 위해 어떻게 할 것인지 명확하게 전달한다. 상대 후보를 비방하거나 비위를 적어 놓은 글 따위는 어느 곳에도 찾아 볼 수 없다, 3월의 봄만큼 아름다운 풍경이고 멋진 경쟁이다. 이들의 모범이 되어야 할 어른들은 당리당략이란 덫에 걸려 헤어나지 못하는 모양새다.  

어느덧 3월도 막바지에 이르렀다. 춘분이 지나면서 낮의 길이가 매일 한 뼘씩 길어지고 나무들의 수관에서 물 흐르는 소리가 들리는 듯 하더니 앙상하던 가지마다 돋아난 머리카락을 휘저으며 연둣빛 함성을 내 지르고 있다.   

자연의 모든 것들은 추운 겨울을 이겨낸 후에야 비로소 소생의 희열이 허락된다. 사람도 마찬가지다, 

성장을 위해 잠시 멈추었던 걸음은 내공이 쌓여 새로운 에너지가 넘쳐 흐른다. 인간이 자연을 파괴하지 않는 것을 전제로 자연의 순리는 창조의 본능을 자연스럽게 작동시키며 해마다 새로운 경이로움으로 초대한다.

새롭다는 것은 기존의 것과는 다르다는 뜻이다. 봄이 새로운 것은 스스로를 감추며 침묵하고 멈추었던 긴 시간에서 깨어나 소생하는 계절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사계절 중 ‘새롭다’ 라는 형용사가 가장 잘 어울리는 계절이기도 하다.

그렇지만 새로워 진다는 것은 말처럼 쉬운 일은 아니다. 그만큼 아픔과 기다림을 동반한다.

우리 사회에 만연해 있는 불공정, 악습을 고치지 못하는 것도, 개인의 오래된 습관을 고치지 못하는 것도 그 이유다.

그러나 새로움을 끊임없이 추구해야 하는 것은 우리가 현재에 머물러 있으면 퇴보하기 때문이다. 비록 힘들고 어렵겠지만 자신의 틀을 깨고 새롭게 변화하는 걸음이 요구된다.

앞으로 있을 선거에서도 내부로부터의 자성과 새로움으로 무장하여 국민들의 마음을 움직이는 후보를 볼 수 있기를 바란다.

꽃은 연이어 피어나고 신록은 새로운 물결로 출렁이며 봄이 본격적으로 무르익어 간다. 우리의 마음에 깊이 자리잡은 묵은 패러다임을 바꾸고 새로운 느낌, 새로운 힘으로 넘쳐 흘러 좋은 생각과 기쁨을 전파하는 봄날이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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