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과 같은 사과 / 김애리샤
사과 같은 사과 / 김애리샤
  • 이시향
  • 승인 2021.09.23 20:48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사과 같은 사과 / 김애리샤]
 
 
사과는 진지하게 깎으려 할수록 추해진다 
누런 속살이 부끄럽게 잘려 나간다 
살 속을 다 파고들어 두 개의 검은 씨앗을 꺼내든다 
너는 복잡하고 예민한 숲 같은 생각회로를 가지고 있다 
무성한 숲길을 다 헤아릴 수 없다 
그곳에 묻어두면 하얀 사과 꽃을 피워낼 수 있을까 
백 한 번째 뿌리를 들춰내고라도 씨앗을 발아 시키고 싶다 
숲길을 걸을 땐 함부로 바람의 노래를 따라 부르면 안 된다 
미안해할수록 이파리들은 더 거세게 흔들리고 
회로 어디쯤에선 불꽃이 튀어오를 수도 있으므로  
재빨리 걸어야한다 느릴수록 안주하고 싶어진다 
사과는 시간의 흐름과 반비례관계 
스치는 바람 사이에 물려진 거미줄처럼  
아슬아슬하게 떨리고 있다 
 
너의 회로 속에 묻어두고 싶은 씨앗 
발아시키고 싶은 말이 있다 

[시집:히라이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