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탁! / 이용철]
늦은 밤 택시 타고 귀가하다가
뒷좌석에 종이봉투를 발견했습니다
뭐지 하고 들고 내렸는데
봉투를 열어보니 오만 원 권 지폐
다발이 여러 개였습니다
아. 선물을 내린 축복입니까
양심을 시험하는 괴로움 덩어리입니까
밤새 고민하다가
일단 비닐봉지로 몇 겹을 싸서
달빛 없는 밤 뒷산 큰 소나무 옆에 묻었습니다
그날부터 꿈자리가 시끄럽고
잠을 이루지 못하고 불안하여
몸과 마음이 여위었습니다
다시 소나무 곁으로 올라가
묻었던 비닐봉지를 꺼내어
경찰서에 주인을 찾아달라 맡겼습니다
얼마 후 경찰서에서 연락이 왔는데
그 돈은 위조지폐로 밝혀졌답니다
탁! 붙잡고 있던 줄이 끊어졌습니다
선물의 축복도 양심의 괴로움도 함께
그동안 무엇을 붙잡고 있었습니까
저작권자 © 울산시민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