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라진 심장 / 이명윤
사라진 심장 / 이명윤
  • 이시향
  • 승인 2021.11.26 1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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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라진 심장 / 이명윤]

 

그들은 머리에 총을 쏘지만 혁명은
심장에 있다는 것을 알지 못한다,
라는 시를 쓴 미얀마의 한 시인이
무장 군인에게 끌려간 다음 날,

장기가 모두 적출되고 심장이 사라진 채
가족의 품으로 돌아왔다

어느 컴컴한 건물에 심장을 남겨두고
정육점에 걸린 고깃덩어리처럼
거죽만 헐렁헐렁 남은 몸이 돌아왔다

심장이 사라진 몸을 어떻게 해석하고
이해할 수 있는지
뉴스에선 말해주지 않았다

얼마나 많은 꽃잎을 덮어야 저 슬픔이
채워질 수 있는지
우리는 알지 못한다 다만
그가 쓸쓸히,
아무도 모르는 먼 길을 다녀왔다는 것

그 길은 굶주린 하이에나가 이빨을 드러내는
끝없는 어둠과 공포의 길,
인간의 심장이 검은 봉지에 담겨 버려지는
절망의 길 위에서

그리운 집으로 돌아가지 못한 채
울고 있는 미얀마여,

그 깃발, 그 눈동자, 그 외로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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