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백 예찬 / 김태운]
밤새 백설기 같은 물살의 사위에 초록을 페인팅한 목선의 흘수선이
하얗게 지워져버렸다
이를 화이트홀의 침몰이라고 해야 하나
블랙홀의 동면이라고 해야 하나
아니다. 트멍 트멍으로 붉은 입술 내밀고
숨가삐 자맥질하는 걸로 보아
사시사철 멀쩡하게 깨어 있는
형이상의 혼백이다
천년의 푸른 생이 붉디붉은 각을 품고
겨울을 버티는 거다
하여, 한동안 더럽혀진 이 섬을 화사하게 치장하려는 봄에게
당신의 정기를 물려주려는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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