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안룰렛 / 김부회
여섯개들이 탄창에 다섯 발만 있고 한 발이 비었다면, 다섯 개의 목숨이라고 생각할 것인가? 한 개의 행운이라고 할 것인가? 방아쇠를 당기기 전까지 하나의 행운을 믿고 살아왔다. 믿음이라는 말로 인해 믿음이 된 것처럼. 다섯 개의 목숨은 남의 것이라도 되는 것인가. 부고장에 인쇄될 인사말 정도라고만 알았을까 한 번의 선택으로 한 개의 행운은 1/6의 확률, 사는 내내 절반의 확률 게임이라면서 믿어 온 나를 믿었다는 것이 실패였을 것이다. 상속의 상속, 내 대에서 상속의 고릴 끊어야 한다는 생각이 눈을 감는다. 천천히 어금니를 깨문다 꽉, 우측에서 좌측, 방아쇠를 당긴다. (혹은 당기지 못할 엔딩의 경우를 포괄한다) 게임 체인져도 못 되는 비열한 남자라는 걸 알기까지 1/10초도 안 걸렸다. 하나의 행운에도 나를 걸 수 없다면 다섯 개의 목숨을 구걸해야 하는 것인지, 오른손잡이를 흉내 낼 수밖에 없는 태생부터 왼손잡이들의 쉼표 같은 머뭇거림과 방아쇠의 마침표는 공존하고 있었다. 어제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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