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선 8기 울산시정, 지역 생존 절박감에 '기형적 그린벨트 해제' 총력전
민선 8기 울산시정, 지역 생존 절박감에 '기형적 그린벨트 해제' 총력전
  • 정두은 기자
  • 승인 2022.07.14 10:0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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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두겸 시장 “그린벨트 해제로 산업수도 명성 되찾을 것” 공약
울산-울주 경계지에 지정된 후 통합되자 발전 저해 요인 전락
김, 윤 대통령·경제부총리 만나 해제총량 확대 조속 시행 건의
김두겸 울산시장이 취임 전인 지난달 15일 현대자동차 울산공장을 방문해 회사 관계자와 대화를 나누고 있다.
김두겸 울산시장이 취임 전인 지난달 15일 현대자동차 울산공장을 방문해 회사 관계자와 대화를 나누고 있다.

[울산시민신문] 국내 주요 대기업들이 윤석열 정부 출범에 맞춰 총1000조 원 규모의 투자 계획을 발표하자 비수도권 광역단체장들이 신속하게 투자 유치에 나선 것은 소멸 위기에 처한 지방의 절박감과 이를 타개하기 위한 의지를 여실히 드러낸 것으로 풀이된다. 

울산도 예외가 아니다. 김두겸 울산시장은 “그린벨트를 풀어 대기업을 유치하겠다”며 기업 유치에 사활을 걸고 있다. 그는 지난 6·1 지방선거에서 그린벨트 해제를 핵심공약으로 내세웠다. 

그린벨트 해제는 선거철이면 경기 활성화 대책으로 어김없이 등장하는 단골 메뉴다. 때문에 식상하고 안이한 정책 아이템으로 생각하기 쉽지만, 다른 지역과 달리 울산에서는 이 문제가 절박할 수밖에 없는 사정이 있다. 본지는 창간 16주년을 맞아 울산권 그린벨트의 문제와 향후 전망을 짚어봤다. 

□울산시 면적 26%가 그린벨트로 묶여 있어
대기업에 다니다 퇴직한 A씨. 그는 최근 울산을 떠나 인근 경주에 전원주택을 지어 정착했다. 울산은 땅값이 비싸고 상·하수도 등 기반시설 갖추기가 너무 까다롭다는 게 이유다. A씨 같은 퇴직자에게 원하는 택지를 공급하지 못한 이유 중에는 울산시의 정책 부재 못지않게 그린벨트 탓도 크다. 

도시 허파 구실을 하는 것이 그린벨트다. 도심의 무분별한 난개발과 팽창을 막고 자연환경을 보존하는 순기능을 갖고 있다. 하지만 울산의 그린벨트는 다른 곳과는 사정이 다르다는 지적이 나온다.

울산시 면적은 1061.2㎢. 이 중 26%인 269.179㎢가 그린벨트로 묶여 있다. 1962년 울산 국가산업단지가 지정된 뒤 대기업이 속속 들어서자 정부는 1972년 당시 기초단체인 울산시와 울주군 경계를 따라 너비 5㎞가량의 거대한 녹지띠를 그린벨트로 지정했다.

그린벨트는 통상 도시 주변부를 따라 설정돼 도시를 둘러싸는 형태로 묶이지만, 유독 울산은 도시를 가로질러 공간을 분절하는 형태로 싸면서 도시발전에 장애물이 되고 있다. 지금도 울산 도심을 그린벨트가 에워싸고 있어 근교의 야트막한 민둥산조차 개발할 수 없다.

울산대 교수 출신의 도시개발 전문가인 한삼건 울산도시공사 사장은 “울산 국가산업단지 지정 10년 만에 도심 주위가 그린벨트가 되는 바람에 효율적인 개발이 막혀버렸다”고 지적했다.

이유는 이러하다. 1998년 헌법재판소가 보상 없는 제한에 헌법 불합치 결정을 하면서 전국 9개 권역의 그린벨트는 이듬해 해제됐다. 

하지만 울산은 그 2년 전인 1997년 광역시로 승격됐기에 특·광역시 규정에 묶여 해제될 기회를 놓쳤다. 그린벨트로 구분된 두 지역이 통합해 광역시가 됐는데, 광역시가 됐다는 이유로 광역시 승격한 지 불과 2년 후에 단행된 그린벨트 해제나 조정 대상에서 배제된 것이다.

이번 지방선거에서 승리한 김두겸 시장이 이 문제를 최우선 과제로 판단, 대표 공약으로 내걸어 민심의 호응을 받았던 이유다. 

□보존가치 없는 곳 과감히 해제
그린벨트 해제는 대선 공약에 이어 김두겸 시장도 핵심 공약으로 내놔 중앙과 지방정부가 쌍끌이 전략 추진으로 해법이 나올지 주목된다. 민선 8기 울산시정은 다른 어떤 분야보다 '그린벨트 난맥상'을 바로 잡는데 큰 비중을 뒀다.

지난 8일 열린 대통령과의 시·도지사 간담회에 참석한 김 시장은 “울산의 그린벨트는 기형적으로 도시 중심부에 위치해 도시공간을 분리하고 수십 년간 지역 균형 성장을 저해하고 있다”며 정부의 적극적인 관심과 지원을 당부했다.

김 시장은 “대규모 기업투자 유치, 일자리 창출, 정주여건 개선, 의료시설 확충 등 산업수도 울산의 미래 성장을 위해서는 그린벨트 해제는 필수불가결한 사안”이라고 밝혔다. 그는 대통령 간담회 다음날인 9일 국비 확보와 지역 현안을 건의하기 위해 최경호 경제부총리를 만난 자리에서도 울산권 그린벨트 해제의 필요성을 적극 언급했다.

김 시장은 “울산은 1962년 공업지구 지정과 1997년 광역시 승격 등 두 번의 큰 전환점을 통해 도약했지만 지금은 침체일로를 걷고 있다”며 “두 번의 전환점에 버금가는 동력이 필요한데, 그 해법을 그린벨트 해제에서 찾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무작정 그린벨트를 풀겠다는 것이 아니라 전수조사를 통해 보존가치를 따져 환경적으로 보존 가치가 있는 지역은 확실히 보존하고, 보존가치가 없는 곳은 해제해 산업 및 주거단지를 조성하겠다”고 덧붙였다.

김두겸 울산시장이 취임 전인 지난달 20일 북구 창평지구 일원 그린벨트를 둘러보고 있다.
김두겸 울산시장이 취임 전인 지난달 20일 북구 창평지구 일원 그린벨트를 둘러보고 있다.

□울산, 해제 비율 낮고, 개발 가용지 적어
울산지역은 그린벨트 해제 가능 총량으로 지정된 물량이 38.1㎢에 이른다. 해제된 비율은 38.7%, 전국 평균 해제율 61.5%보다 크게 밑돈다. 전국 7개 권역의 총량 소진율 중 최저 수준이다.

최고 소진율을 보인 부산권(79.8%)은 80%에 육박하고, 가장 낮은 대전권(40.9%)도 40% 선을 넘었다.

소진율이 저조한 것은 개발 가용지가 많지 않는 게 이유다. 70% 이상이 환경영향평가 등급에서 해제 협의가 어려운 1~2등급 임야이기 때문이다. ‘해제 가능’을 뜻하는 3~5등급 비율은 20.8%에 불과하다. 이마저 소규모로 산재하거나 구역 정형화가 어려운 한계 등으로 인해 해제하기도 쉽지 않다.

특히 민선 8기가 원하는 그린벨트 해제 규모는 국토부 중앙도시계획위원회의 심의가 필요할 만큼 방대하다. 30만 ㎡ 이하는 시·도지사가 지방도시계획위원회 심의를 거쳐 해제할 수 있지만 김 시장이 밝힌 산단 조성을 위해서는 그 규모를 넘어설 것으로 예상된다. 

때문에 울산시는 대통령의 ‘해제 총량 확대’ 공약에 기대하고 있다. 시·도지사의 그린벨트 해제 권한을 현행 30만 ㎡ 이하에서 100만 ㎡ 이하로 강화해 풀겠다는 내용이다.

시 측은 시·도지사의 권한을 확대해 준다면 도시의 체계적인 개발계획수립에 다소 숨통이 튈 것으로 기대한다. 자족기능을 갖춘 다양한 도시 개발계획 밑그림도 구상하고 있다.

김두겸 시장은 "산단 유치로 일자리를 늘리고, 나아가 종합대학과 의료시설 확충을 통해 정주 여건도 개선해 과거 산업수도의 명성을 되찾겠다"며 "그 모든 청사진의 시작과 해법을 그린벨트 해제에서 찾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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