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을 켜요 / 조현준
밤을 켜요 / 조현준
  • 이시향 시민기자
  • 승인 2022.09.27 16:2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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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작해 -11

 

 

 

 

 

 

 

 

 

 

 

 

[밤을 켜요 / 조현준]


스위치를 내리면
깜깜한 하늘에 달과 별이 보이고.

스위치를 내리면 어항 속에 있는 가물치가 하품하는 소리가 들리고.

스위치를 내리면 나뭇잎 떨어지는 소리가 들리고.

스위치를 내리면 사마귀의 눈이 더 튀어나와 사냥하는 소리가 들리고.

스위치를 내리면 참새가 새끼들
먹이 주는 소리가 들리죠.


(서울 신내초등학교 4학년 4반)


***
 스위치를 내린다는 이야기는 태양이 지고 달과 별이 뜬 밤이 찾아왔다는 이야기이지요. 시각보다는 청각이 더 예민해지는 시각이기도 하고요. 조현준 학생도 하루를 보내고 잠들기 전에 상상력을 예민하게 퍼득거린 것 같아요. 가물치가 하품하는 소리와 나뭇잎 떨어지는 소리 사마귀의 사냥하는 소리까지 싱싱하게 들리는 듯하니 말입니다. 이 시에서 조현준 학생을 칭찬해 주고 싶은 부분은 기존의 시나 동시에서 보여주던 보편타당성을 깨뜨리고 낯설게 접근했다는 것입니다. 제목 또한 밤과 켜요 라는 대비의 효과로 산듯합니다. 어항 속에 가물치 하품이 아니라 붕어의 하품이었으면 재미없었을 거예요. 시는 이렇게 불편한 관계를 친밀하고 자연스럽게 이어가는 것이라 생각해요. 참 즐겁게 읽었습니다. <감상: 이시향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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