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실의 시간을 마주하며
상실의 시간을 마주하며
  • 울산시민신문
  • 승인 2022.11.30 15:1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느슨해진 마음 다시 다독이며                    
믿음과신념에는 긍정의마력이 
꿈을 이루려는 강한신념 필요                   
이두남 발행인
이두남 발행인

지난 바람은 되돌릴 수 없다. 이미 햇살은 겨울 편이고 생은 촉박하게 식어가고 있다.

가을 끝자락을 아등바등 잡고 있던 빛바랜 단풍잎 몇은 한 때 붉었던 기억에 천착해 있고 솔잎 떨쳐낸 곰솔은 기억 상실증에 걸렸는지 웅크린 채 서 있다.
무작정 산길에 들어서며 뜻밖의 환대를 받았다. 서걱거리는 발밑에 등을 내밀고 있는 낙엽의 마음을 다 헤아릴 수는 없지만 겨우내 나무들의 이불이 되어주는 것이 어머니 품처럼 따뜻하고 정겹다. 까치 한 마리 총총 높은 가지 위에 둥지를 틀려는 지 날아오른다. 어느덧 나도 자연과 하나 된 느낌이다.

갈바람에 부풀었던 꿈 하나, 지난 가을이 남긴 은행 잎 엽서 몇 장 펼쳐든다. 바람이 쓴 편지다. 몇 줄 바람의 표정을 책갈피에 고요히 재울 작정이다. 
더듬어도 떠오르지 않는 색감을 상실의 내 발자국을 헤는 동안 곰솔 발등은 불쑥 내 발길을 걷어찬다. 떠나고 싶었던 욕망도 이제 그만 휘발성 강한 자투리 가을빛이 아련히 가슴을 짓누르면 상실의 무채색을 울컥 토해낸다. 

새해, 희망의 출항 후 천천히 흐르는가 싶던 시간도 여름이 지나면서 과속을 더해 속수무책 흘러가고 어느덧 11개월이 지나 마지막 남은 달력 한 장이 지나온 길을 되돌아보게 한다. 한 해를 시작할 때의 다짐과는 달리 산길을 덮은 낙엽처럼 느슨해진 신념을 밟고 지나간다. 침묵으로 일관했던 지난 시간이 자신 속으로 침잠해 들어가 이제야 고삐를 당기려는 안타까움이 날선 가시처럼 돋아난다. 우리가 걸어 온 시간이 얼마의 꿈과 몇 잎의 신념으로 채워진 시간이었는지 반추하는 시간과 맞닥뜨렸다.

다음은 최초의 흑인 주지사가 된 로저 롤스의 꿈과 신념에 관한 이야기다. 뉴욕의 빈민촌에는 술주정꾼, 마약중독자, 불법이민자, 강도들이 들끓었고 이곳 아이들은 무단결석은 물론 싸움질과 절도 심지어는 마약 복용까지 일삼았다. 그렇게 자란 아이들 대다수는 어른이 된 후에도 사회에서 인정받는 직업을 갖지 못했다. 그러던 중 어느 새 학기에 ‘피어 폴’이라는 교사가 부임하면서 학생들에게 큰 변화가 있었다. 이 학교에 오기 전부터 학생들의 악명을 이미 알고 있었던 폴은 그들에게 지속적인 설득과 충고를 했지만 소용없었다. 그러다 폴은 빈민가 아이들이 미신에 무척 집착하고 따른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어느 날 폴은 교실에 들어가 학생들에게 “오늘은 수업을 하지 않고 너희들의 손금을 봐주겠다. 모두 두 손을 내밀고 자리에 조용히 앉아 있어라.” 그리고 한 명씩 손금을 봐주기 시작했다. 폴에게 손금을 본 학생들은 하나같이 기쁨과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폴은 모든 아이에게 커서 백만장자가 되거나, 높은 지위에 오를 것이라고 예언했기 때문이다.

맨 마지막으로 한 흑인 소년의 차례가 되었다. 그 소년은 어려서부터 어느 누구도 자기에게 좋은 말을 해준 적이 없었다. 속으로 폴에게서 불길한 말이 나오면 어쩌나 불안에 떨고 있었다. 이윽고 폴이 긴장한 표정으로 떨고 있는 아이에게 다가가 조용히 말했다. “너의 손금을 봐줄게, 어디보자. 난 손금을 아주 정확히 본단다. 그리고 한 번도 틀린 적이 없어.” 라고 확신에 찬 목소리로 소년의 눈을 바라보며 말했다. “정말 굉장하구나. 너는 커서 뉴욕의 주지사가 되겠다.”
소년은 자신의 귀를 믿을 수가 없었다. 하지만 폴이 자신이 본 손금은 한 번도 틀린 적이 없다고 하지 않았던가? 소년은 폴의 말을 마음속 깊이 새겼다. 그 말은 믿음이 되고 꿈이 되고 신념이 되었다. “그래 나는 꼭 뉴욕 주지사가 될 것이다.” 그 날 이후 소년은 달라졌고 뉴욕 주지사 신분에 맞는 행동을 하려고 노력했다. 다른 아이들도 손금을 본 후부터 달라지기 시작했고 그들의 삶은 완전히 변해 갔다.

마지막으로 손금을 본 흑인 소년 로저 롤스는 51세에 뉴욕의 주지사이자 역사상 최초의 흑인 주지사가 됐다. 로저 롤스 주지사는 취임사에서 이렇게 말했다.
“꿈을 갖는 데는 돈이 들지 않습니다. 설사 거짓말에서 비롯된 꿈일지라도 스스로 확신을 갖고 끝까지 견지한다면 그 꿈은 반드시 이루어집니다.”

믿음과 신념에는 긍정의 마력이 작용한다. 생각과 말이 내 삶을 어느 방향으로 이끌어 갈 것인지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것이다. 꿈을 이루려는 강한 신념은 성공으로 안내한다. 

여름산은 채움이고, 겨울산은 비움이라고 했던가? 그렇다면 우리는 지금 비움을 준비할 시간과 마주했다. 믿음과 구체적인 상상이 자연스럽게 삶의 행로로 흘러간다면 비움 뒤에는 성공을 향한 강한 신념과 믿음으로 채워보는 것도 좋을 듯하다. 아수라 같은 세상, 상실이 아무리 크다고 해도 신념과 믿음의 행간에는 긍정의 마력이 스며들기 마련이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