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요일에 시 한편》

[내가 남 되어 보면 / 이용순]
받을 때는 기분 좋아 즐거워하지만
받고 나면 짐 되고, 부담 되고
마음에 빚 되고
줄 때는 힘겨워 망설이지만
주고 나면 신나고, 즐겁고
맘 흐뭇해지는데
가벼운 일 할 때는
콧노래 나오고, 깔깔거리고
마치고 나면 개운하고, 보람되고, 자랑스러워지는데
남의 일은 하찮고, 무관심하고
내게 닥친 작은 상처는
하늘보다 더 크고
이 세상 일이
다 그런 거라고
모두가 입 모아 말은 하지만
때로는
내가 남 되어 보면 ㆍㆍㆍ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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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용순 시인의《내가 남 되어 보면 》동시를 읽으면 서로 입장 바꿔 생각하기란 사자성어 <역지사지>가 생각납니다. 내가 처한 상황이 힘들기 때문에, 상대방의 힘든 상황은 눈에 들어오지 않습니다.
<남의 일은 하찮고 무관심하고 내게 닥친 작은 상처는 하늘보다 더 크고 이 세상 일이 다 그런 거라고 모두가 입 모아 말은 하지만 때로는 내가 남 되어 보면>
이미 동시 속에 역지사지를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남과 입장을 바꾸어 생각해보면 남의 고통과 어려움이 쉽게 이해가 되어 가장 먼저 배려하는 마음이 생기고 화가 나서 싸울 마음도 가라앉아 싸울 일도 없어집니다.
남의 큰 상처보다 내 손톱 밑 가시가 더 아프다. 의미를 되새겨 보면서 모두가 역지사지하는 마음이 있어 내가 남이 되어 입장 바꾸어 생각하면 나쁜 사람이 없는 모두가 좋은 사람이 사는 신뢰 깊은 사회가 되지 않을까 합니다.
[글 : 박해경 아동문학가, 동시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