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보다 큰 아이/김금래/국민서관(2023.2)
우주보다 큰 아이/김금래/국민서관(2023.2)
  • 이시향 시민기자
  • 승인 2023.04.19 08:5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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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보다 큰 아이/김금래/국민서관(2023.2)

 

 

 

 

 

 

 

 

 

 

 

 

 

 

 

 

 

 

 

 

 

책소개

단출한 시 몇 구절에 묵직한 울림을 담아내는 김금래 시인의 세 번째 동시집 『우주보다 큰 아이』가 출간되었다. 56편의 김금래표 동시는 여타 시와는 다른 신선한 매력을 가지고 있다. 시인이 보물찾기처럼 시에 의미를 숨겨 두었기 때문이다. 즐겁게 쓱쓱 읽다가 한 자 한 자 행간을 살피다 보면 어느 순간 번쩍하고 새로운 세계가 펼쳐진다.

읽는 사람마다 보이는 세계가, 찾아내는 이야기가 다르다. 처음 읽을 때와 여러 번 읽을 때 시가 다가오는 느낌이 다르기도 하고, 혼자 읽을 때와 여럿이 같이 읽을 때 감상이 달라지기도 한다. 시에 숨겨진 의미를 발견하는 ‘마법의 순간’은 독자에게 새로운 눈을 가져다줄 것이다.

 

저자소개

김금래

부산일보 신춘문예에 당선되며 본격적으로 동시를 쓰기 시작했습니다. 서울이야기 공모전에서 시 부문 최우수상을, 눈높이아동문학대전 동시 부문에서 대상을 수상했으며, 2016년 서울문화재단 예술지원금을 받았습니다. 쓴 책으로 동시집 《큰 바위 아저씨》와 《꽃피는 보푸라기》, 수필집 《당신을 향한 좋아요 그리고 구독》이 있습니다. 동시 〈몽돌〉이 초등학교 5학년 국어 교과서에 실렸으며, 동화 《생각하는 장화》가 네팔에서 번역되어 나왔습니다.

 

 

 

 

 

 

 

 

 

 

 

 

 

 

 

 

 

 

 

 

 

 

 

 

 

 

 

 

 

 

 

 

 

 

 

 

 

 

 

 

 

 

 

 

 

출판사 서평

동시가 만들어 준 새로운 눈 뜨기

김금래 시인의 동시는 양파 같다. 처음 껍질을 벗겼을 땐 알싸하지만, 지긋이 볶으면 단맛이 나는 것처럼 찬찬히 동시의 맛을 음미하면 새로운 의미가 독자를 반긴다.

이리 와/이리 와//바람 부는 날/따라가다//놓쳐 버린/벚꽃 잎//어디선가/웃음소리 들렸어//길가/돌멩이//분홍 눈을 뜨고/웃고 있었지.
_「분홍 눈」 전문

바람에 날리는 벚꽃 잎을 따라가다 놓치고 만 경험이 있을 것이다. 두리번거리다 돌멩이 위에서 벚꽃을 발견한 시인은 돌멩이가 뜬 분홍 눈과 눈이 마주친다. 세상이 변하는 건 남의 눈이 되어 주는 벚꽃 같은 존재가 있어 가능하다. 이 시가 가슴에 각인되는 것은 시 속에 아름다운 세상이 숨겨져 있기 때문이다. 그 의미의 확장으로 시는 낯설고 새로워진다.

시인과 함께 분홍 눈을 발견한 독자는 새로운 눈을 뜨고 세상을 바라보게 된다. 나뭇가지 사이 거미줄에 걸린 빗방울은 “집세도 못 내는 거미가 고마워” 달아 준 브로치가 되고(「보석 브로치」), 파도의 출렁임은 “하얀 물결망치”가 되어 지친 갈매기들 쉬어 가라고 “의자”를 만들어 준다(「갈매기 의자」). 매일 보아 오던 풍경을 동시가 만들어 준 눈으로 보면 또 다른 세계가 열린다. 『우주보다 큰 아이』는 지금껏 보지 못한 세계로 들어서는 기쁨을 독자에게 선사한다.

나를 향한 힘찬 응원

동시집 전반에서 시인은 나란 존재가 얼마나 소중한지 일깨우며, 나를 사랑해 주고 칭찬해 주라며 응원한다.

난 손바닥 하나로/전봇대를 가리지//날아가는 새도/지구보다 큰 해님도 가리지//눈 감으면/하늘땅도 사라지게 할 수 있어//끝까지 가릴 수 없는 건/오직 하나//눈 감아도 보이는/나!
_「우주보다 큰 아이」 전문

내가 있어야 세상이 있고, 내가 있어야 우주가 존재한다. 시인은 그런 나를 우주보다 큰 아이라고 표현한다. 세상 모든 것을 손바닥 하나로, 눈 감는 행위 하나로 모두 지워 버릴 수 있다니 나는 얼마나 대단한 존재인가. 눈을 감는다는 것은 나를 오롯이 알아가는 과정이기도 하다. 주변의 것을 지우고 자신에게 집중하는 것. 잘 생각해 보면 나를 아프게 하는 것은 남이 아닌 나이며, 쓰러진 나를 일으켜 세우는 것도 결국은 나 자신이다.

울고 싶은 날/딸기는 누가 웃겨 줄까/딸기가 웃겨/과자를 던져 받아먹다가/막춤을 추다가/엉덩이로 이름을 쓰다가/검정깨 뿌려 놓고/데구루루 구르는 거야/슬픈 딸기는 안녕!/벌렁벌렁 웃음 참는 딸기코가/주근깨 딸기코가/거울로 가지/풋, 하하!
_「딸기는 딸기를 웃겨」 전문

김금래 시인은 “울고 싶은 날” 딸기를 웃겨 주는 건 “딸기” 자신이라고 말한다. “막춤을 추”고 “엉덩이로 이름을 쓰”며 슬픈 기분을 달래다 보면, 어느새 “풋, 하하!” 웃음이 터질 거라고 한다. 내 슬픔을 달랠 수 있는 것 역시 나뿐이다. 딸기가 남이 눈물 닦아 주는 걸 기대하지 않고 눈물겨운 노력으로 자신을 웃기는 데 열중한 것처럼 말이다. 슬픔을 이겨 내고 거울 앞에서 웃음 짓는 딸기는 이전보다 훨씬 강해져 있을 것이다.

주저앉아 울지 말고 훌훌 털고 일어서라고, 그래야 단단한 내가 될 수 있다며 시인은 다양한 방법으로 ‘나’를 응원한다. 구름에서 떨어진 빗방울은 “사막의 오아시스”가 되길 기대하지만 바다로 떨어지고 만다. 빗방울은 바닷물 “속에선 내가 보이지 않”는다며 속상해한다. 그러나 우는 대신 “안녕!” 하고 작별하고 자신을 찾아 떠난다. 누구나 자신이 원하는 모습이 있다. 시인은 변화를 위해 길을 떠나는 빗방울의 용기에 박수를 보낸다(「구름 일기」). 또 잔뜩 풀 죽은 “벌레 먹은 낙엽”을 슬며시 동그라미 안으로 넣어 준다. “내가 정답이었다고” “땅을 차고 새처럼 날아”가는 낙엽은 더 이상 슬프지 않다. 내 삶의 기준을 나로 정하고 생각하니, 힘차게 나아갈 힘이 생긴다(「내가 정답」). 장맛비로 더러워진 개울보고는 깨끗해지라고 재촉하거나 조치를 취하지 않고 “제 안에 눈부신 것을 보려고 천천히 흐르다 스스로 맑아지”길 기다려 준다. 스스로 자신의 힘을 발견하라고 잠자코 응원하는 것이다(「해님 청소」). 이렇게 동시 속 화자와 독자는 상처로 인해 성숙해진다. 나의 소중함을 알게 되어 남을 사랑하게 되고 세상과 화합하게 된다. 어느새 ‘우주보다 큰 아이’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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