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도 타고 물도 타고/김종상/시선사(2023.3)
불도 타고 물도 타고/김종상/시선사(2023.3)
  • 이시향 시민기자
  • 승인 2023.04.26 09:2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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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도 타고 물도 타고/김종상/시선사(2023.3)

 

 

 

 

 

 

 

 

 

 

 

 

 

 

 

 

 

책소개

 

■ 부탁 말


놀이처럼 읽으며 말·글을 익혀요.
말은「말씨」라고도 하고「말씀」이라고도 한다. 말씨는 말의 씨앗이라 언어의 종자(種子)이고, 말씀은 말을 씀이니 언어의 파종(播種)이다. 씨앗은 심어 가꾸기에 따라 수확이 달라진다. 말도 쓰기에 따라 결과가 달라지기 마련이다. 그래서 우리 조상들은 ‘말이 씨가 된다’, ‘말 한마디로 천냥 빚도 갚는다’는 속담으로 말하기의 중요성을 강조해 왔다.


「밤」을 길게 소리 내면‘먹는 과일’이지만 짧게 하면‘해가 진뒤’를 뜻한다. 「방화」란 말도 길게 하면‘불을 싸지르는 것’이고, 짧게 하면‘불을 끄는 일’이 된다. 같은 말이라도‘밥 먹었어?’하고 말끝을 높이면 묻는 말이고, 평행으로‘밥 먹었어.’ 하면 대답이 된다. 「타다」라는 말은‘불이 타다’, ‘물을 타다’, ‘옻을 타다’, ‘추위를 타다’와 같이 만나는 임자말에 따라 뜻이 달라진다. 말하기가 그래서 중요하다.


「보다」라는 말도‘바라보다, 돌아보다, 굽어보다, 쳐다보다, 우러러보다, 얕보다, 노려보다, 째려보다, 등 보는 방향과 상황에 따라 내용이 달라지는 데도 우리말·글의 사용에서 그런 것이 무시되는 경우가 많다. 예를 들면‘땅바닥을 쳐다보며 걸었다’라고 하면서 그 말이 맞는 줄 안다. 시인들도 대부분 민들레 ‘갓털’을 뜻이 안 되는‘홀씨’라고 쓰고 있으니 아이들 말·글교육을 말하기가 민망스럽다. 시인들도 씨앗을 날아가게 하는 갓털(冠毛)과 식물의 무성생식을 위한 세포인 홀씨(胞子)와 성숙된 식물의 씨앗인 씨(種子)를 구별 못하고 쓰는 경우가 많다.


이렇게 말·글은 긴소리와 짧은소리, 높은 소리와 낮은 소리, 거센소리와 고운 소리에 따라 내용과 감정이 달라지고, 임자말이나 상황, 또는 대상에 따라 쓰이는 말의 뜻이 바뀌는데 말하기에서 그것이 잘 안 되고 있다. 같은 말이라도 조용히 말하면 생각이 안정되고 곱게 말하면 행동도 마음씨도 고와진다. 반대로 말이 거칠면 생각도 행동도 난폭해지기 마련이다.


말과 글과 얼은 하나이므로 언어생활은 사회 기풍이나 민족성을 결정하게 된다고 한다. 싸울 때는 독일말로 하고, 장사를 할 때는 유태말을 쓰고, 연애에는 불란서 말로 속삭이라는 우스개가 있는 것도 그 때문이다. 여기 동시들은 문학성보다 먼저 말·글공부를 하는 교재로 보고 말의 강약과 고저장단에 따른 뜻을 생각하며 재미있게 읽어줬으면 한다.

 

저자 소개

김종상

1935년 경북 안동 한두실에서 태어나 풍산 죽전 관음절에서 자랐으며, 1955년 안동사범본과를 나와서 초등학교에 근무하며 1959년 '새벗'에 동시 '산골'이 입상되고, 1960년 '서울신문' 신춘문예에 동시 '산 위에서 보면' 당선으로 문단에 나왔다. 그 동안 동시집 '흙손 엄마', '어머니 그 이름은', '어머니 무명치마' 등과 동화집 '생각하는 느티나무', '아기 사슴', 노랫말 동요곡집 '아기 잠자리' 등 문학도서 60 여권과 교육관련 저서 50여 종을 펴냈다. 국제펜클럽한국본부 부이사장, 한국아동문학가협회 회장, 한국문인협회 이사 등을 역임했고, 대한민국문학상 본상, 대한민국동요대상, 경향교육상, 한국교육자대상 등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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