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리끼리 달달달 /하지혜 /청개구리(2023.2)
소리끼리 달달달 /하지혜 /청개구리(2023.2)
  • 이시향 시민기자
  • 승인 2023.05.10 10:0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소리끼리 달달달 /하지혜 /청개구리(2023.2)

 

 

 

 

 

 

 

 

 

 

 

 

 

 

 

 

 

 

 

 

책소개

 

하지혜 시인의 두 번째 동시집. 일상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익숙한 풍경을 다룬 작품을 비롯해, 오늘날 전 세계적인 관심사 가운데 하나인 생태 문제를 다룬 작품, 역사적 인물의 숭고한 삶과 정신을 형상화한 작품 등 무척 다양하고 폭넓은 소재를 다룬 동시집이다. 뛰어난 발상과 표현이 돋보이는 작품과 각각의 사물이 지닌 특징을 섬세하게 그려낸 작품, 폭넓은 식견으로 삶의 지혜를 노래한 작품까지 내용과 형식이 아주 다채롭다. 그런 만큼 읽을거리가 풍성하고, 읽는 재미도 제법 쏠쏠한 동시집이다.

저자소개

하지혜

2011년 『오늘의 동시문학』과 2012년 『강원일보』 신춘문예 동시가 당선되면서 동시를 쓰기 시작했고, 2020년 『현대시학』 신인상을 받으면서 일반 시인으로도 활동하고 있습니다. 2013년에 동시집 『사과나무 심부름』을 출간했으며, 〈오늘의 동시문학상〉을 수상했습니다.

 

출판사서평

아이들과 함께 읽는 다채롭고 재미난 세상 이야기!

동심이 가득한 세계로 어린이들을 초대해 온 청개구리 출판사의 동시집 시리즈 〈시 읽는 어린이〉 138번째 도서 『소리끼리 달달달』이 출간되었다. 2011년 『오늘의 동시문학』과 2012년 『강원일보』 신춘문예에 동시가 당선되면서 동시를 쓰기 시작했고, 2020년 『현대시학』 신인상을 받으면서 시인으로도 활동하고 있는 하지혜 시인의 두 번째 동시집이다. 첫 동시집이 2013년도에 출간되었으니 약 십 년의 긴 공백을 가진 셈이다. 두 번째 동시집 출간이 왜 이렇게 늦어졌을까?
‘시인의 말’에서 하지혜 시인은 “첫 동시집을 내자마자 제게 새로운 과제가 주어졌”다고 고백한다. 첫 번째 동시집과 차별화를 꾀할 수 있는, 더 나은 동시집을 내야 한다는 스스로의 자각이었다. 그런 시인의 고민에 쉽게 진척되지 않았던 동시 창작의 물꼬를 터준 것은 다름 아닌 ‘위인 동시’였다. “모두가 들여다보는/거울이 되었”던 인물들에 대한 독특한 작품들이 탄생한 것이다.

화가 아저씨가 그린 사람
허수아비 같아요
에이, 나도 그릴 수 있어요

화가 아저씨가
거꾸로 그린 얼굴
유치원 동생도 그릴 수 있대요

그리다 만 것 같은
칠하다 만 것 같은
새, 나무, 산, 집

화가 아저씨 가슴속에는
나를 닮은 아이가
살고 있었나 봐요.


-「가슴속 아이」전문

화자는 장욱진의 그림에 대해 ‘나’와 ‘유치원 동생’도 그릴 수 있는 그림, “그리다 만 것 같”고 “칠하다 만 것 같은” 그림이라고 말한다. 1~3연까지 이어지는 화자의 생각은 언뜻 장욱진의 작품 세계를 얕잡아 보는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4연에서 화자는 전혀 다른 결론을 내린다. “화가 아저씨 가슴속에는/나를 닮은 아이가/살고 있었나 봐요.” 다시 찬찬히 작품을 읽어보자. 3연과 4연 사이에 있는, 화자의 생각이 변하게 되는 어떠한 공백이 느껴진다. 아마도 화자는 눈앞에 장욱진 화가의 그림을 두고 있을 것이다. 한번 힐끗 보고는 너무 단순하고 어리숙한 그림이라고 판단해 버린다. 하지만 그의 그림에는 계속 시선을 잡아끄는 힘이 있어서, 아이는 판단을 내린 뒤에도 쉽게 작품에서 눈을 떼지 못한다. 그러다 발견한 장욱진 화가 그림의 깊이에 빠진 게 아닐까? 소박하고 투박한 그림에 숨겨진 진솔함 같은 것을 말이다. 마치 언뜻 읽으면 단순해 보이지만 ‘가슴속 아이’가 있지 않고서는 써내려갈 수 없는 동시처럼 말이다.
이처럼 실존했던 인물에 대해 시적으로 형상화한 작품들인 4부에 모여 있다. 베를린 마라톤의 영웅 손기정을 비롯해 윤봉길, 유관순, 간디, 링컨 등 열여섯 명의 인물을 그려내었다. 독립운동가, 학자, 발명가, 정치인, 화가 등 직업군이 다양하고 국내는 물론 국외의 인물까지 폭넓게 포함시켰다. 주목해야 할 것 중에 하나는 장욱진 화가와 안중근 의사의 어머니인 조마리아 여사와 같이 크게 주목받지 못했던 인물들까지 재조명하고 있다는 점이다. 시의 하단에는 시 감상을 방해하지 않는 선에서 인물 소개를 간략히 적어 두어 어린 독자들의 이해를 돕고 있다. 자칫하면 인물의 삶과 업적에 끌려 정보 전달에 그치거나 교훈만 있는 작품으로 빠질 수 있다는 위험을 극복하고 시인만의 방식으로 풀어낸 좋은 작품들이니 꼭 읽어 보기를 권한다.

꼿꼿하던 머리가 고개 숙여요
멀었던 가슴이 가까이 와요
떨어져 있던 손이 서로 붙잡아요
몸이 곰처럼 둥글어져요

봄볕을 끌어안고
발톱 깎는 날.


-「발이 쉬는 날」전문

“꼿꼿하던 머리가 고개 숙”이고 “멀었던 가슴이 가까이” 오고 “떨어져 있던 손이 서로 붙잡”으며 서서히 “몸이 곰처럼 둥글어”지는 순간. 1연을 읽으면 저절로 숨죽이고 한 사람의 행동을 천천히 지켜보게 된다. 대체 무얼 하고 있을까? 2연에서 밝히듯 시인은 발톱을 깎고 있는 인물을 그려내었다. 누군가는 더럽다며 싫어할 발톱을 깎는 일상 속 한 장면이 이처럼 평화롭고 여유로운 분위기를 자아내고 있다는 게 신기할 정도다. 생각해 보면 우리 몸 중에서 가장 험하게 쓰이면서도 따뜻한 눈길이 닿지 못하는 곳이 바로 ‘발’ 아닐까? 발톱 깎는 순간이야말로 우리가 유일하게 발톱에 눈길을 보내고 보듬어주는 시간인 것이다. 때문에 ‘발톱 깎는 날’이 아니라 ‘발이 쉬는 날’이라는 다정한 제목이 붙여진 듯하다. 이외에도 「답 마중」「동네 이름」「소리끼리 달달달」「손잡이」「바쁘다」「안경」 등 많은 작품이 일상의 익숙한 풍경을 뛰어난 발상과 표현으로 색다르게 그려내고 있다.
『소리끼리 달달달』은 「재활용」「재첩 조개」「바닷물」「집짓기」「길 잃었다」「빼앗긴 꿈」 등 생태 문제를 다룬 작품과, 「자세」「초록눈물」「백 퍼센트 맛」「간 맞추기」「울고 나면」처럼 폭넓은 식견으로 삶의 지혜를 노래한 작품 등 읽을거리가 풍부하게 수록어 있다. 어린 독자뿐만 아니라 어른 독자들까지 좋아할 만한 깊이 있는 동시집을 모두에게 추천한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