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 학생들의 ‘교실온도 낮추기’ 챌린지
울산 학생들의 ‘교실온도 낮추기’ 챌린지
  • 울산시민신문
  • 승인 2023.05.31 1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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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년 전 31개 학급에서 시작해 
올해 초중고 722개 학급 동참
과제물 자발적으로 찾아 실천
정두은 편집국장
정두은 편집국장

챌린지의 원조는 2014년 아이스버킷 챌린지랄 수 있다. 미국 루게릭협회(ALS)가 루게릭 환자들을 돕기 위해 시작한 자산활동 캠페인이다. 룰에 따라 지명된 사람은 24시간 내 얼음물을 맞을지, 100달러를 기부할지를 결정해야 한다. 루게릭병에 걸린 야구선수의 친구들이 고통을 함께 하고자 올린 얼음물 세례 동영상은 전세계적으로 퍼졌다. 

국내에서도 SNS를 중심으로 연예인과 사회 각층 유명 인사, 정치인, 시민들까지 챌린지 열풍이 불었다. 단순히 챌린지 참여에만 그치지 않고 기부로 이어지며 선한 영향력을 만들어냈다. ‘기증의 방식이 이렇게 기발할 수 있구나'라는 감탄과 이에 기꺼이 동참하는 많은 사람을 보며 잔잔한 감동을 던져줬다.

우리의 대표적 챌린지는 2020년 4월 코로나 대응으로 지친 의료진들을 응원한 ‘덕분에 챌린지’를 꼽을 수 있다. ‘존경’과 ‘자부심’을 뜻하는 수어 동작 사진과 동영상을 SNS에 올리고 다음 주자를 지목하면서 국민들의 큰 호응을 얻었다. 외교부에서 시작한 ‘스테이 스트롱 캠페인’도 ‘견뎌내자(Stay Strong)’ 문구로 코로나 극복 염원을 담아 각계 동참을 이끌었다. 

이들 모두 세계 속에 ‘K-방역’의 위상을 알리는데 큰 일조를 했다는 것은 어느 누구도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때마침 내일부턴 코로나 위기 경보단계가 ‘심각’에서 ‘경계’로 낮춰진다고 한다. 코로나 확진자 격리의무가 사라지는 등 현재까지 이뤄지던 방역 조치는 대폭 해제돼 거의 모든 면에서 코로나 사태 이전으로 돌아가는 듯하다.

내년 총선을 앞두고 각종 챌린지가 사회 각계각층에 확산되고 있다. 공익이나 기부 등을 목적으로 하는 챌린지부터 홍보나 마케팅을 명목으로 하는 챌린지까지 종류도 각양각색이다. 심지어 이름만 들어서는 무슨 취지인지 의미도 파악할 수 없는 희석된 챌린지도 생기고 있다. 다가오는 뜨거운 여름날의 즐거운 이벤트처럼 SNS에 하루가 멀다하고 쏟아진다. 정치, 행정, 환경 등 어느 분야 하나 조용하질 않다. 

챌린지 취지는 특정 이슈에 대한 관심과 의식을 환기시키는 게 목적이다. 그러나 일각에서 보여주기식 요식행위처럼 비치거나, 돈벌이 수단으로 악용되면서 본래 취지가 퇴색돼 보는 이들로 하여금 불편함을 던져준다. 그러다 보니 부작용도 나온다. 참여자 중 일부는 본래 취지를 무시하고 자신들의 홍보용으로 이용하면서 시민들은 피로감을 호소한다. 정치인의 경우 많은 사람을 동참시키겠다는 본래의 취지에서 벗어나 ‘니편 내편’을 가르는 상황마저 유발한다. 

요즘 돌아가는 세상사를 보면 사회 병폐와 모순을 고치는 일도 SNS를 통한 이벤트에 의존해야 할 것만 같다. 보이지 않는 곳에서 진짜 선행을 조용히 베풀고 있는 많은 분께 미안함이 든다. 챌린지의 좋은 취지와 선한 영향력을 흐리지 말고 동참할 의사가 있다면 '조용히' 참여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그래서 울산교육청이 3년 전부터 시작한 ‘교실온도 1.5도 낮추기 100일 챌린지’가 신선하게 다가선다. 많은 학생들이 호응하고 있다. 요란스런 일회성의 ‘보여주기식’이 아닌 자발적인 ‘조용한 동참’, ‘지속적으로 실천하는 챌린지’를 학생들이 직접 행동으로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다.

이 챌린지는 학생들이 기후변화의 심각성을 깨닫고 일상에서 기후 행동을 실천하고자 추진한 울산교육청 나름의 생태환경 정책 중 하나다. 올해 참여 학급은 기하급수적으로 늘었다. 애초 초중고 31개 학급에서 출발한 챌린지에 722개 학급이 동참했다. 초등교 548학급, 중학교 65학급, 고등학교 109학급이다. 2020년에 비해 23배로 늘었고, 지난해보다 622학급이 늘었으니 확산세는 과히 만만찮다.

학생들이 실천하는 탄소중립 과제는 다양하다. 개운초 학생들은 버려지는 일회용 종이컵 대신 자신들이 만든 머그컵을 사용해 양치질을 하고 있다. 종이컵 사용량이 늘어나면 온실가스 배출량도 그만큼 증가한다는 것이다. 이 같은 소소한 실천부터 반려식물을 기르는 ‘식물 집사’, 1회용품을 줄이는 ‘너는 텀블러가 다 있구나!’, 분리 수거하는 ‘너의 자리로 가렴’ 등 교육 공동체 정책토론에서 제시된 메뉴외에도 학생들이 스스로 과제를 선정해 100일 이상 실천하고 습관화된 행동을 일상생활 속에서도 이어가고 있다.

천창수 울산교육감은 “기후 위기 대응은 아는 것만큼 실천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울산교육청이 학생들을 대상으로 지속적으로 교실온도 1.5도 낮추기 챌린지를 시행하는 이유이다. 천 교육감의 말대로 울산 학생들이 학급 단위로 이행하는 작은 실천이 가정과 지역사회로 확산돼 오염에 찌든 지구를 살리는 큰 힘이 되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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