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해가 떴다 / 김진곤] 땡볕에 온갖 생명들이 시뻘겋게 익은 얼굴로가쁜 숨 몰아쉰다이젠 누런 호박만 봐도식은땀이 등줄기 훑는다
[보금자리 / 정종명] 빈털터리로 정처 없이 떠돌다 생애 처음 분양받은 보금자리아늑하고 포근한 누구의 관습이나 방해받지 않는나만의 집.
[흰 뼈가 동강 나다 / 박해경] 절뚝거림이 가지 않던방향으로 기울어지고단맛에 익숙했던목울대가 쓴맛을 삼킨다새 발이 공룡 발이 되었다.
[우리의 삶 / 임명실] 밥 한술 먹으려고 하는 일들이마치 벼랑 끝 곡예 꾼 닮아 가더라다 벗어던지고 나면 도로그 자리인 것을 먹고사는 것에 너무 목숨 걸지 마시게!
[세상의 끝에 서서 / 손병만] 우물은 벗어났다망망대해다갈길이 보이지 않는다엄마 앞섶사이로 보이던 하늘은이제 추억일 뿐이다
[만유인력 / 양순진] 너를 끌어당기고파고들던 날들이별이 되고길이 되고통하면 만사 오케이!
[서울지하철노선도 / 조주현] 서울은 땅 위만 복잡한게 아니다땅속도 개미집같은 미로출발과 도착을 이어가는 환승역몇 번을 확인해도 헷갈리는촌놈의 서울 나드리
[그래도 살아야 한다 / 이숙희] 위 아래 숨통이 조여 오는듯 숨쉬기 어렵지만 살아 남아야 한다발밑이 꿈틀 거린다
[선택과 집중/김효운] 삼라만상 중에서 눈에 든 한 가지를나만의 언어로 그려내는 일디카시라 한다
[철조망 / 송시옥] 살을 파고드는 아픔무던히도 견디었구나둘이었다가 하나가 됐어아~ 우리 한반도그 언제면 하나가 될까~!
[숲속의 추억 / 문임순] 사푼사푼 걷다 보면 알알이 솟아오르는 단짝 얼굴예뻤던 그 애는 별이 되어 반짝일까
[운(雲) / 안창남] 초여름 바닷가벌써 내리쬐는 햇살이 따가운데양탄자 구름이 몰려와뜨거운 볕을 가리네
[욕심쟁이 담쟁이 / 동심철수 ] 긴 긴 담벼락 닥치는대로 먹어 치우는 담쟁이아직도 배가 고픈지지붕까지 야금야금
[절규 / 김효운] 자유를 외치는 그날의 광주목숨 바친 분들께 빚 진 마음으로 산다내가 거기 있었다면? 몰랐다는 비겁한 변명